무더위에 지친 몸을 잠시 내려놓고 싶을 때, 계곡물 소리 하나로도 마음이 씻기는 곳이 있습니다. 경북 문경시 가은읍 완장리 일대에 자리한 **선유동계곡(仙遊洞溪谷)**입니다. 이름 그대로 '신선이 노닐던 골짜기'라는 뜻을 품은 이곳은 백두대간 대야산(931m) 자락을 타고 흐르는 맑은 계류와 거대한 화강암 너럭바위가 어우러져 예로부터 문경팔경(聞慶八景)의 하나로 꼽혀 왔습니다. 최근에는 tvN 드라마 '환혼'의 촬영지로도 알려지며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는 곳이기도 하죠. 오늘은 이 선유동계곡을 따라 걷는 트레킹 코스, 이른바 '선유동천나들길'을 자세히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 선유동계곡은 어떤 곳인가
선유동계곡은 백두대간의 대야산을 사이에 두고 충북 괴산의 선유동계곡과 마주 보고 있습니다. 두 계곡 모두 '선유동'이라는 이름을 쓰지만, 흔히 문경 쪽 계곡이 괴산 쪽보다 더 길고 계곡미가 화려하다는 평을 받습니다. 약 1.7km에 걸쳐 펼쳐지는 계곡은 오랜 세월 물살에 깎인 화강암 반석이 바닥 전체를 뒤덮고 있어, 마치 커다란 대리석 판을 깔아 놓은 듯한 인상을 줍니다.
이곳의 아름다움을 처음 세상에 알린 인물은 신라 말의 학자 최치원입니다. 그는 이 계곡의 풍광이 가야산 홍류동 계곡보다 낫다고 극찬하며, 계곡에서 가장 빼어난 아홉 곳을 골라 ' 선유구곡(仙遊九曲) '이라 이름 붙였습니다. 옥하대(제1곡)부터 영사석, 활청담, 세심대, 관란담, 영귀암(혹은 탁청대), 난생뢰, 옥석대(제9곡)에 이르기까지, 굽이마다 저마다의 이야기와 풍경을 품고 있죠. 바위 곳곳에는 최치원의 친필로 전해지는 '선유동(仙遊洞)' 각자(刻字)도 남아 있어, 천 년 전 학자의 감흥을 지금도 어렴풋이 느껴볼 수 있습니다.

계곡을 따라 걷다 보면 역사 깊은 정자 두 채도 만나게 됩니다.
학천정 : 조선 후기 학자 도암 이재(李縡)가 후학을 가르치던 자리에, 그를 기리는 후학들이 1906년에 세운 정자입니다. 정자 뒤편 거대한 암벽에는 '산고수장(山高水長, 산은 높고 물은 길다)'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습니다. 선유동계곡 1코스의 종착점이자 2코스(용추계곡)의 시작점이기도 합니다.

칠우정 : 계곡 하류 관란담 위에 자리한 정자로, 1927년 지역 출신 우국지사 7명이 뜻을 모아 세웠습니다. 이름은 대한제국 황족 의친왕이 직접 지어주었다고 전해집니다.
2. 코스 한눈에 보기
선유동계곡 일대의 트레킹 코스는 공식적으로 ' 선유동천나들길 '이라 불리며, 1코스(선유동계곡)와 2코스(용추계곡)로 나뉩니다. 두 코스는 학천정을 기점으로 이어져 있어 원하는 만큼만 걷거나, 전체를 이어서 걸을 수도 있습니다.
구간 코스 경로 거리 소요 시간 난이도
1코스 (선유동계곡) 운강 이강년기념관 → 칠우대 → 백석탄 → 와룡담 → 세심대 → 관란담 → 옥석대 → 학천정 약 4km 약 1시간~1시간 20분 하 (완만)
2코스 (용추계곡) 학천정 → 무당소 → 용소암 → 용추폭포 → 월영대 약 4~4.4km 약 1시간 30분~1시간 40분 중 (일부 오르막)
전체 왕복 이강년기념관 → 학천정 → 월영대 → (원점 회귀) 약 12.8~16km 약 4~5시간 중
실제 GPS 측정 기록에서는 1코스가 약 5.2km, 순수 보행 시간 1시간 20분 정도로 나타나기도 하니, 표지판의 거리와 약간의 오차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참고하시면 좋습니다.

초행이거나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면 1코스(선유동계곡)만 걷는 것을 추천합니다. 계곡을 따라 잘 정비된 데크길과 흙길이 이어져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걸을 수 있고, 선유구곡의 명소 대부분을 이 구간에서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좀 더 깊은 계곡의 비경을 원한다면 학천정에서 이어서 2코스(용추계곡)까지 발걸음을 옮겨보세요. 계곡 폭이 좁아지고 물살이 세지면서 선유동계곡과는 또 다른 원시적인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다만 산을 따라 오르는 구간이라 길이 다소 험해지니 운동화나 트레킹화를 챙기는 게 좋습니다.
- 구간별 상세 코스
1코스: 선유동계곡 (이강년기념관 → 학천정)
출발점은 항일 의병장 운강 이강년을 기리는 이강년기념관 입니다. 기념관 맞은편에서 나들길이 시작되며, 초반 구간은 그늘이 적어 한여름 낮 시간대는 다소 뜨거울 수 있습니다. 시간이 부족하거나 더위가 부담스럽다면 이 구간을 생략하고 계곡 안쪽 주차장(학천정길 18)에서 시작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숲길로 들어서면 곧 계곡을 따라 놓인 데크길과 정겨운 산길이 이어지고, 완심대·칠우대·망화담·백석탄·와룡담·홍류천·월파대·칠리계로 이어지는 이른바 '선유칠곡'의 풍경이 하나씩 펼쳐집니다. 이어서 선유구곡(옥하대~옥석대) 구간에 들어서면 넓게 펼쳐진 흰 화강암 반석과 그 위를 흐르는 옥빛 계류가 절정을 이룹니다. 특히 옥석대는 수백 명이 앉아도 남을 만큼 널찍한 바위로, 나들길 1코스의 대표 명소로 꼽힙니다. 옥석대 한편에는 '선유동(仙遊洞)'이라는 각자가 새겨져 있어 이곳이 이름의 유래가 된 자리임을 알려줍니다.
선유구곡을 지나면 고즈넉한 기와지붕의 학천정 이 눈에 들어옵니다. 정자 주변에는 여름철에만 문을 여는 작은 식당가도 형성되어 있어, 트레킹 중간에 요기를 하거나 쉬어가기 좋습니다. 이곳이 1코스의 종착점이자 2코스의 시작점입니다.

2코스: 용추계곡 (학천정 → 월영대)
학천정을 지나면 본격적으로 용추계곡 구간이 시작됩니다. 계곡 폭이 좁아지고 물살이 거세지며, 산을 따라 오르는 구간이 나오는 만큼 1코스보다 살짝 힘이 듭니다. 가는 길에는 무당소 (최고 수심 약 3m로, 이름과 관련된 애틋한 전설이 전해지는 소), 용소암 , 그리고 이 코스의 하이라이트인 용추폭포 를 차례로 만나게 됩니다.
용추폭포는 두 마리 용이 승천하며 남겼다는 '용 비늘' 흔적이 하트 모양처럼 남아 있어 사진 명소로도 인기가 높습니다. 다만 바위가 매우 미끄러우니 폭포 가까이에서는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산행이 부담스럽다면 용추폭포까지만 다녀오는 것도 좋은 선택입니다. 코스를 끝까지 걷는다면 월영대에서 여정을 마무리하게 되며, 이후에는 왔던 길을 되짚어 돌아가야 합니다.
- 실용 정보
위치 및 내비게이션
경북 문경시 가은읍 완장리 일대. 내비게이션에 '경상북도 문경시 가은읍 학천정길 18'을 입력하면 계곡 초입의 무료 주차장으로 안내됩니다. 주차장에서 계단을 몇 분만 내려가면 바로 계곡 풍경이 펼쳐질 만큼 접근성이 좋은 편입니다. 전체 나들길을 걸을 계획이라면 출발점인 이강년기념관(가은읍 대야로 1683) 주차장을 이용하면 됩니다.
이용 요금
입장료와 주차비 모두 무료입니다.
편의시설
주차장과 계곡 인근에 화장실이 마련되어 있고, 학천정 인근에는 여름 성수기에 문을 여는 식당가가 있습니다. 다만 계곡 내에서의 취사는 엄격히 금지 되어 있으니 도시락이나 간단한 간식·음료를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는 길 (자가운전 기준)
중부내륙고속도로 → 문경새재IC → 3번 국도(마성 방면) → 901번 지방도(가은 방면) → 석탄박물관 → 봉암사 입구 → 선유동계곡 순으로 진입합니다. 서울에서는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문경행 버스가 하루 여러 차례 운행되며 약 2시간이 소요됩니다.
물놀이 팁
계곡 초입은 발목 정도의 얕은 수심이라 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방문객도 안전하게 즐길 수 있고, 하류로 갈수록 성인 허리 높이까지 깊어지는 구간이 있어 여름철 피서지로도 사랑받습니다. 물살이 끊임없이 흐르는 덕에 수질이 매우 맑고 시원하다는 점도 큰 매력입니다.
5. 트레킹 준비물 & 팁
신발 : 1코스는 데크길 위주라 운동화로도 충분하지만, 2코스(용추계곡)까지 걸을 계획이라면 미끄럼 방지가 되는 트레킹화를 추천합니다.
식수와 간식 : 계곡 안쪽에는 편의점이 없으므로 충분한 물과 간단한 행동식을 미리 챙기는 것이 좋습니다.
햇빛 대비 : 이강년기념관에서 칠우대까지 초반 구간은 그늘이 적으니, 한여름에는 모자와 자외선 차단제를 준비하거나 아예 이 구간을 건너뛰고 안쪽 주차장에서 출발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방문 시기 : 여름철에는 시원한 계곡 트레킹과 물놀이를 동시에 즐길 수 있어 가장 인기가 높고, 봄·가을에는 사람이 한결 적어 호젓하게 걷기 좋습니다.
촬영 명소 : 옥석대의 너럭바위, 학천정과 계곡이 어우러진 풍경, 용추폭포의 하트 모양 물살 자국은 대표적인 인생사진 스팟으로 꼽힙니다.
마무리하며
선유동계곡은 거창한 등반 없이도 신라 시대 학자가 반한 절경과 조선 선비들의 정자, 그리고 시원한 계곡물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코스입니다. 1코스만 가볍게 걷는다면 반나절 나들이로도 충분하고, 2코스까지 이어 걷는다면 하루를 온전히 자연 속에서 보낼 수 있습니다. 다음 여름 계곡 트레킹지를 고민하고 계시다면, 문경 가은의 선유동계곡을 목적지 목록에 올려보시길 추천드립니다.
관련 링크
- [블로그] 문경 선유동천나들길 1코스 트레킹 (선유구곡길 선유동계곡 둘레길)
- [블로그] 문경 선유동천나들길 2코스 용추계곡(용추폭포) 트레킹
- [블로그] 문경 아름다운 계곡길 선유동천나들길 트레킹(용추계곡과 선유동계곡)
- [유튜브] 문경 선유동천 나들길
- [유튜브] 선유동천 나들길
- [유튜브] 문경 선유동천 나들길에서 오디 따먹고 물놀이하고-산이랑 산악회
- [유튜브] 초행길 (경상북도 문경시 가은읍) 문경 선유동천 나들길 1코스 2-2구간 선유구곡 (선유구곡 ~ 학천정)
- [유튜브] 여기 좋네 문경여행 문경 선유동계곡 좋은 계곡 언택트 여행지 가볼만한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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